전문연구요원 훈련소 후기 - 8일차 (2월 1일, 목요일)
논산 육군훈련소에서의 3주간 쓴 일기를 타이핑한 것. 2024.01.25 ~ 2024.02.15 3주간 26연대 1교육대대 1중대 2생활관에서 보충역 과정을 수료.
원본을 최대한 유지한 채로, 적당히 가독성만 좋게 정리함.
- 오늘 아침점호는 별로 안 추웠다. 날이 풀리는 것 같기도 하다. 아침점호 할 때 작은 초콜릿 한두개 먹고 나가니 좀 낫더라.
- 일기예보상으론 지금쯤 비가 와야 하는데 아직 비가 안 왔다. 내일쯤 온다는 소문이 돈다.
- 총기사격을 하러 공격군장을 메고 야외 훈련장에 갔다. 40분정도 거리로 들었던것 만큼 엄청 멀지는 않았다. 그래도 군장이 제법 무거워서 힘들었다. 지친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 총기사격장에 도착해서 3조 4사로에서 첫 사격을 했다. 보조-부사수-사수 순으로 했는데 사로에 들어가니까 많이 긴장됐다. 사격 직전 총기 견착까지 하니까 배웠던 것들이 거의 기억이 안 났다. 총 소리는 크다크다 들었던 것 만큼은 아니었다. 반동도 생각보다 별로 없었다. 첫 사격은 잘 했다고 생각했는데 조준을 다른 곳을 해서 C를 받았다 (B부터 합격). 표적 정중앙 하얀 점을 조준해야 하는데 머리 부분을 조준해서 모두 위에 맞아버렸다.
- 한번에 합격 못한 것이 아쉽고 분해서 보충연습을 열심히 했다. 구름진 날씨라 햇볕이 안 들어서 너무 추웠다. 추운데 딱히 몸을 녹일 방법이 없어서 고통스러웠다.
- 야외훈련에서 밥은 식당 밥을 가져와서 식판에 식비닐 깔고 앉아서 먹는 방식이더라. 힘들어서 그런지 생각보다 정말 맛있었다. 잔반 처리과정만 살짝 귀찮았다.
- 점심식사 하고 바로 2차 사격을 했다. 이때는 무난히 합격했다. 그런데 내 사격 담당 조교가 사격 내내 대놓고 졸더라. 괜찮나?
- 합격하고 총기손질, 개인 장구류 정비 등을 하면서 4시까지 기다렸다. 다행히 이때는 날이 좀 풀려서 괜찮았다.
- 1차 합격한 사람들은 도우미로 차출되어서 훈련이 다 끝날 때까지 고생하더라. 총도 9발밖에 못 쏴서 빨리 합격하면 오히려 손해인 것 같다.
- 4~5회차까지 불합격자들은 계속 사격을 했다. 많이 쏴서 오히려 좋을지도?
- 01~02시 불침번이다. 나머지 일기는 불침번때 쓰려고 해보겠다. 몸이 너무 피곤하다. 지금까지 중에 가장 고된 하루였다.
- 불침번 때 일기 쓸만 한 것 같다. 새벽시간대 불침번이라 눈치 덜보고 할일 할 수 있어서 나름의 장점이 있다. 이 시간대에는 조교는 아무도 안 돌아다녀서 반쯤 자유시간이다. 서서 쓰는 것이라 글씨체는 어쩔 수 없다.
- 18번이 PX 다녀와서 음료랑 과자를 잔뜩 사 왔다. 500ml 병으로 콜라/제로콜라를 인당 1개씩 사 와 주었다. 너무 맙다. 과자랑 음료를 생활관 내에서 적당히 배분하고 옆 1생활관에도 조금 나누어 주었다.
- 1생활관이랑 적당히 친해지고 있다. 소대장 훈련병이랑 중대장 훈련병이 모두 1생활관이라 볼일이 많다. 두분 다 정말 성격좋고 고생이 많다.
- 저녁에 빨래 돌리다가 시간계산을 잘못 해서 마지막 세탁기+건조기 돌린 것을 꺼내오지 못했다. 내가 담당(총 3명)이었는데 분대원들한테 너무 미안하다.
- 온몸에 근육통이 있다. 식사량도 제한하고 있어서 배도 곷프다. 이정도면 살이 좀 빠지지 않을까 싶다.
- 체력검정도 이정도면 나갈때쯤엔 괜찮게 나오지 않을까 싶다. 달리기만 좀 늘리면 되는데 이건 살을 빼서 몸을 가볍게 하는 게 더 효율적일듯.
- 외부 목욕탕에서 샤워를 했다. 뜨거운 물이 잘 나와서 좋았다. 그런데 돌아오는 길에 시계를 분실해서 28번이랑 같이 찾으러 갔다. 돌아가서 찾아봐도 없었는데, 결국 21번 세면용품 바구니 안에 들어있더라. 정신이 없다보니까 별 마음졸이는 일이 다 생기는 것 같다.
- 야외 사격 하고 돌아오는 길이 정말 힘들었다. 군장이 무거워서 어께가 너무 아팠다. 앞으로 적어도 서너번은 더 해야 하니 익숙해 져야겠다. 26연대가 다른건 몰라도 제식은 빡세게 시킨다고 한다. 그래서 더 힘든 것 같기도.
- 내일 비가 오면 야외훈련(영외훈련) 가는 3소대는 정말 힘들 것 같다. 어차피 우리도 판초우의 입기는 입을 것 같지만..
- 1주차도 거의 끝이 났다. 벌써 8일이 지났다. 꽉 찬 8일이었다. 뒤로 갈수록 조금씩 수월해질 것 같기는 하다. 들어보니까 3주 기간동안 설이 껴있지만 수료식 날짜는 미루지 않으려고 이렇게 압축해서 하는 것이라고 한다. 지루한 것보다는 나은 것 같기도 하다.
- 저녁 점호시간 쯤에 (검열삭제) 분대장들이 들어와서 재밌게 놀았다. 둘이 훈련소 동기라는데 성격도 좋고 둘다 재미있다. 담당 분대장들이 좋은 분들이라 다행이다.
- 취침시간 직전 형식적인 병영생활 설문조사를 했다. 온수 (나온대놓고) 안 나오는 것과 핸드폰 신호 안 터지는 것만 적당히 적었다. 분대장들 칭찬도 조금 적었다. 누군가는 마음에 안드는 분대장 + 그 군의관을 찔렀다는 것 같은데 의미가 있을진 모르겠다.
- 토요일에 PX를 보내주면 생필품을 많이 사 와야겠다. 시간을 5분밖에 안 주니 필요한 것을 미리 생각해 두자.
- 화장실 청소용 호스는 또 터졌던데 뭐 어쩌려는 건지 모르겠다. 3일 뒤 우리 순서까지는 고쳐놓겠지…
- 불침번 때 일기를 쓰니까 시간이 잘 간다.
- 배변활동이 정말 가끔 (2~3일에 한번?) 되기는 하지만, 별 스트레스는 없다.
- 남은 날 중 휴일이 절반이다. 일수로는 2주나 남았어도 나름 많이 진행한 것 같다. 휴일 생각하면 할만 할 것 같다.
- 사격훈련은 다들 재미있어하고 평이 좋았다.
- 사격훈련 후 돌아오는 길에 발목을 접질렀다. 다행히 크게 접지르지는 않아서 바로 회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