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연구요원 훈련소 후기 - 20일차 (2월 13일, 화요일)

논산 육군훈련소에서의 3주간 쓴 일기를 타이핑한 것. 2024.01.25 ~ 2024.02.15 3주간 26연대 1교육대대 1중대 2생활관에서 보충역 과정을 수료.

원본을 최대한 유지한 채로, 적당히 가독성만 좋게 정리함.

  • 아침점호 할 때 뜀걸음을 강제로 열외없이 전부 시켜서 좀 억울했다. 내일은 반드시 열외 할 것이다.
  • 아침식사를 많이 먹으려 했…으나, 맛이 별로 없어서 그냥 평소처럼 적당히 먹었다.
  • 생각보다 아침에 준비시간이 별로 없었다. 세수만 적당히 하고 썬크림 잘 바르고 행군 하러 나갔다.
  • 행군 기록. 훈련소 내 코스를 총 4바퀴를 돈다.
    • 첫번째 바퀴: 연병장에서 출동보고 후, 근처 교회까지 이동해서 시작했다. 교회까지는 대충 10분정도 거리. 교회부터 시작해서 코스를 한바퀴 돌아 2, 3 중대 사이 백야광장에 도착하는 데 45분정도 걸렸다. 이때까지는 하나도 안 힘들었다. 17, 19, 21번 훈련병과 수다떨면서 재밌고 여유롭게 돌았다. 끝나고 두번째 바퀴 시작하기 전에 15분간 휴식시간이 있었는데, 화장실 가느라 거의 앉아있지를 못했다.
    • 두번째 바퀴: 첫번째 바퀴보다는 더 길게 해서 75분간 걸었다. 30분정도 지난 후부터 어께랑 다리가 아파와서 여유가 조금씩 없어졌다. 챙겨온 초콜릿 몰래 조금씩 먹으면서 버텼다. 50분정도 지난 시점부터는 어께는 감각이 없어진건지 익숙해진건지 별로 아프진 않았다.
    • 점심식사: 2시간 가량 식사 및 휴식시간이 주어졌다. 생각보다 길게 쉬어서 회복시간을 좀 가졌다. 세수 하고, 썬크림 다시 바르고 적당히 잘 쉬었다. 부식으로 나온 프로틴바는 조금만 먹고 육포는 18번에게 통째로 줬다.
    • 세번째 바퀴: 말로는 두번째보다 긴 코스로 간다고 했는데, 실제로는 두번째 바퀴와 같은 코스로 75분 걸었다. 어께는 안 아프고 다리가 많이 아팠다. 그래도 밥 먹은 이후고, 천천히 걸어서 할만 했다. 다리 아픈 것도 일정 시점을 넘어가니 별로 힘들다고 느껴지지도 않았다. 끝날때쯤 지치긴 했지만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 네번째 바퀴: 마지막 바퀴는 짧다고 했고, 실제로 55분정도 걸렸다. 마지막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런것 같은데, 시작부터 엄청 힘들었다. 다리와 발바닥이 가장 아팠다. 특히 막바지에 허벅지가 아파서 다리에 힘이 풀렸다. 초콜릿 또 몰래 먹으면서 어떻게 버틴 것 같다.
  • 행군이 모두 끝나고 인식표 수여식을 했다. 총기 수여식과 비슷하게 개인 인식표 (군번줄)을 각자 목에 거는 수여식이다. 모든 훈련이 끝났다는 실감이 나서 홀가분했다. 중대장님 격려(훈화?) 말씀도 좋았다. “여러분이 느끼는 군장의 무게보다 부모님의 삶의 무게가 더 무겁다” 라는 말이 인상깊었다.
  • 저녁식사 전까지 못 참고 부식으로 나온 프로틴바를 조금 먹었다. 20km나 걸었는데 이정도는 괜찮지 싶다.
  • 행군 때 흙먼지가 날려서 눈이 따갑고 콧물이 나는 것이 힘들었다. 눈 따가운 것은 일기쓰는 시점인 지금 (PM 10:15) 까지도 남아있음.
  • 저녁식사는 적당히 양조절 잘 해서 먹었다. 떠먹는 파스타와 바비큐폭립이 나왔는데 어차피 배식량이 정해져 있어서 많이 먹고 싶어도 못 먹었다. 여튼 오늘 식사량 조절은 성공.
  • 야외 목욕탕으로 샤워하러 갔다. 힘든 행군 끝나고 온수샤워를 느긋하게 하니까 정말 기분이 좋았다. 담당 조교 배려로 맨발+슬리퍼로 이동해서 샤워 후에 괜히 찝찝해지는 것도 없었다.
  • 훈련용 전투복, 생활복 1벌, 방독면, 귀도리 등등 많은 물건들을 반납했다. 이제 진짜 끝이다.
  • 생활관 청소를 다같이 열심히 했다. 나는 사람들 군화를 10켤레정도 닦아 주었다.
  • 다 끝난 시점이라 사람에 대한 불만(?), 뒷담화(?) 같은게 조금씩 나왔는데, 뭐 다 끝났으니 됐다.
  • 내일 아침점호 뜀걸음은 반드시 열외할 것이다… 애초에 다리가 아파서 뛰지 못할 것 같다.
  • PM 11:00 ~ 00:00 불침번이 예정되어 있다. 일기쓰다 불침번 서고 한번에 푹 잘 수 있는 것은 좋다. 어차피 최근에는 11시 전에 잠든 적이 없어서 졸리지도 않을 것 같다.
  • 내일은 적어도 몸은 편한 하루일 것 같다. 사회로 나가서 계획을 구체적으로 생각하기 시작해야겠다. 현실로 돌아갈 시간이 되었다. 여기서의 3주가 그리 고통스럽지 않아서 다행이다.
  • 불침번 서는 중…. 다리가 너무 아프다.
  • 새 군복을 입고 불침번을 서니 옷이 빳빳해서 기분이 좋다.
  • 지금까지 중 가장 시간이 안 가는 불침번이다. 불침번도 이제 마지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