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연구요원 훈련소 후기 - 1일차 (1월 25일, 목요일)
논산 육군훈련소에서의 3주간 쓴 일기를 타이핑한 것. 2024.01.25 ~ 2024.02.15 3주간 26연대 1교육대대 1중대 2생활관에서 보충역 과정을 수료.
원본을 최대한 유지한 채로, 적당히 가독성만 좋게 정리함.
- 입소일.
- 아침 9시경에 출발해서 부모님, 동생이랑 같이 논산으로 이동했다.
- 육군훈련소 근처에서 불고기와 냉면을 먹었다. 적당히 괜찮았음.
- 입영하는 곳에는 1시 정도에 도착했는데, 너무 빨리 온 것 같았다. 그래도 이미 사람들이 많긴 했다.
- 입소식이 진행되는 운동장에 있는 관중석은 너무 추워서 잠시 나와 있었음.
- 입소식이 시작되고 부모님이랑 어색한(?) 이별을 마치고 운동장으로 내려감. 적당히 앞에 서있어서 관중석에 있는 가족이 잘 보였다.
- 입소식을 마치고 운동장 뒷편에 안보이게 숨어 있다가 부모님, 일행이 모두 돌아간 뒤 다시 운동장으로 이동했다. 여기서 중대-소대-분대(생활관) 을 나누었다. 대충 서있는 자리 순서대로 나뉜다.
- 26연대 혹은 29연대에 배정 될 거라고 알고 있었는데, 26연대에 배정된 것을 확인하고 기분이 좀 안 좋아졌다. 생각해보면 살면서 이런 부분에서 운이 좋았던 적은 없는 것 같다.
- 간단한 방한장비 (장갑, 비니, 핫팩1개) 를 보급받고 운동장 관중석에서 대기했다. 이때 본인 신체 크기와 각종 정보를 구글폼(!) 으로 조사한다. 구글폼 링크는 카톡 오픈채팅방에서 보라고 하는데 공지 팻말에 채팅방 비밀번호를 잘못 적어서 대부분의 인원이 제대로 못 들어갔다. 오픈채팅방 비밀번호 입력제한에 걸려서 한참동안 못 들어가다가, 어찌저찌 훈련병들끼리 문자로 링크를 전달해주는 해프닝이 있었다.
- 핸드폰 카메라 봉인 (삼성 사옥 들어갈때 하는것과 같음, 원리도 같음), 나라사랑카드 찍기 등 입영절차가 끝나면 각 연대로 이동. 약 30분정도 걸은 것 같다. 캐리어 끌고 걷느라 살짝 힘들었음.
- 생활관 건물 앞에 도착해서 잠시 대기했다. 내 명찰(교번 명찰)이 이동하다 떨어졌었는데, 이를 교관님이 발견하고 주워서 찾아주셨다.
- 생활관에 들어가서 생활복으로 환복을 완료하기 전까지는 침대에 앉지도 못한다. 빈대 이슈 때문이라는듯. 캐리어들을 펼쳐놓은 상태로 환복하고 사회 짐들을 캐리어에 넣었다. 롱패딩 구겨넣기 좀 빡셌음.
- 캐리어들은 모두 생활관 한편의 안쓰는 침대 위에 쌓아둔다. 원할때 꺼내서 물건 넣고 꺼내고 하는 작업은 가능.
- 각종 보급 및 설명들을 듣는데 상당히 정신없었다. 설 연휴로 훈련기간이 줄어든 관계로 많이 땡겨서 하느라 그런듯. 분대장(조교)들 끼리도 소통이 덜 되어서 정신없는 것 같다. 그럴만도 하지…
- 사회 물품을 캐리어에 넣는 과정에서 상비약 검사를 한다. 이 때 내가 정신과 약을 복용한다고 하니 이는 따로 관리가 되었다. 싹 걷어가서 때되면 1회 복용량씩만 나누어 주는 식.
- 대충 정리를 좀 하다 보니 샤워를 하러 간다고 집합했다. 샤워장은 낡긴 했어도 크게 나쁘지는 않았는데… 여러 문제가 있었다. 일단 생활관에서 좀 이동해야 나오는 건물이라, 샤워한 이후에도 양말을 다시 신어야 해서 좀 찝찝했다. 그래서 첫날이라 그런지 몰라도 온수가 나오지 않았다. 얼어 뒤지는줄.
- 이동중에는 발을 맞춰서 걸어야 하는데 나름 재미있었다.
- 샤워하고, 생활관 돌아와서 잠시 짐정리를 하고, 식사를 하러 이동했다. 식당 앞에 훈련병들이 잔뜩 모여있어서 장관이었다. 첫날은 식비닐을 끼고 밥을 먹었다. 배식 담당이 안 정해져서 그런듯.
- 밥맛은 별로… 내 입맛엔 안 맞는다. 퀄리티가 막 나쁘진 않은 것 같은데 취향에는 안 맞는데. 여튼 다이어트하고 나가기 딱 좋은듯. 한 500kcal 정도 먹었나? 다행히 잔반 남기는 것은 눈치보이지 않는다.
- 식사를 마치면 생활관별로 식당 앞에 다시 집합해서 함께 이동한다. 이때쯤이었나? 분대장 훈련병이 정해져서 발맞추는 구령을 넣음. 처음이라 좀 어색하고 박자도 잘 안 맞긴 했다.
- 샤워한 이후에 식사하는 순서라 상당히 찝찝하긴 했다. 양치하러 가도 되는지 용기내서 따로 물어보았는데, 분대장들도 깜빡했는지 바로 전체방송으로 공지를 하더라. 이해는 가는 것이 너무 많은 인원들에게 많은것을 안내해야 하니까..
- 세면장도 적당히 열악하긴 한데… 뭐 살만은 하다. 양치하고, 세수하고 미녹시딜 바르기 등등 할만은 함.
- 생활관 TV와 방송으로 각종 안내/교육이 진행되는데, 분대장이 들어와서 하는 안내랑 겹쳐서 상당히 정신없었다. 첫 며칠은 멀때린다는 후기와는 완전 딴판이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수련회 느낌이다.
- 우리 소대, 그중에서도 특히 우리 생활관 담당 조교님이 정말 착하게(순하게) 잘 해주시는 듯.
- 나는 2층침대를 배정받았는데 오르내리기가 은근 빡세다.
- 생활관 14인 중 전문연이 대략 6명 정도 되는듯.
- 옆 침대 사람은 AI 회사에서 일하는 듯. 94년생인데 나랑 비슷한 쪽 사람인 것 같다.
- ETRI 다니다가, 오버워치 프로게이머를 하다가, 지금은 개인 사업을 한다는 사람도 있었다.
- 생활관 내에서 내가 머리가 압도적으로 짧아서 억울하다. 6cm 정도로 잘라온 사람도 있는데 분위기 보니까 끝까지 안 밀릴 것 같다. 화나거나 그런건 아니긴 하다. 다른 연대는 나오기 전에 일괄적으로 6mm 로 밀었다는데, 그것보다는 내가 낫지.
- 첫날 불침번 마지막 시간 (05:00~06:00) 을 섰다. 생각보다 시간 엄청 빨리 갔다. 불침번 마지막은 사실상 1시간 15분이다. 매시 45분에 다음 사람 깨우고 자는데 맨 마지막은 그런게 없다.
- 첫날이라 물 꺼내 마시는 것도 엄청 소심하고 무서웠다. 혹시 뭐 실수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많았다.
- 22:00에 소등하고 자는데 나는 생각보다 빠르게 잠들었다. 그런데 1~2시간 간격으로 상당히 자주 깼다. 불침번들이 생활관 점검하러 들어와서 그런듯? 뭐 그래도 잠은 나쁘지 않게 잤다.
- 2일차 밤 10시에 이 일기를 쓰기 시작했는데, 벌써 1시간 지났다. 일기 쓰는 것이 시간 잘 가는듯?
- 전반적으로 상당히 정신없는 하루였다. 보급이 많아서 그럴 것이고, 처음에 안내/교육해야 할 것이 많아서 조교와 훈련병들 모두 정신없었다. 나는 근데 상당히 살만 했다. 다른 사람들은 좀 많이 피곤해하는 것 같은데 (앓는소리도 많이 하는데) 나는 그정돈 아닌듯. 아직 21일이라는 시간이 실감이 안 나서 그런가? 뭐 뇌빼고 살면 살지…
- 시설은 진짜 구리긴 한데, 살만하다는 생각이 든 내 자신에게 살짝 놀람.
- 바쁜 하루여서 읽으려고 가져온 것들은 아무것도 못 읽음. 아직은 택도 없다.
- 아직 핸드폰 쓰고싶다는 생각도 전혀 안 든다. 욕구불만(?)/금단증상 이런거 전혀 없음.
- 파상풍/독감/뇌수막염 예방주사 접종 조사를 했는데, 우리 생활관에서 나 혼자 맞는다. 이걸 왜 안 맞지 개꿀인데.
- 보급받은 런닝/팬티/생활복/양말이 꽤 편하다. 품질 좋은듯. 다만 생활복은 쓰던 것이라 조금 찝찝함.
- 조교들이 존댓말 쓰고 많이 봐주는 것이 상당히 신기함. 우리쪽 조교들이 착한것 같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