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연구요원 훈련소 후기 - 12일차 (2월 5일, 월요일)

논산 육군훈련소에서의 3주간 쓴 일기를 타이핑한 것. 2024.01.25 ~ 2024.02.15 3주간 26연대 1교육대대 1중대 2생활관에서 보충역 과정을 수료.

원본을 최대한 유지한 채로, 적당히 가독성만 좋게 정리함.

  • 아침부터 비가 엄청 많이 왔다. 처음으로 아침점호를 실내에서 했다. 저녁점호처럼 전투복만 입고 생활관에서 대기하면 되니 너무 편했다.
  • 아침점호 끝나자 마자 세면할 시간도 거의 없이 배식을 하러 갔다.
  • xㅎㅈ 분대장이 배식 담당이었다. 우리는 미리 전달받은 것이 아무것도 없어서 얼타고 있는데 임무 배분표 확인 안했냐고 조금 화를 했다. 우리 담당 분대장인 xㅈㅇ 분대장이 할일이 워낙 많아서 놓쳤던 것 같다.
  • 나는 국 배식을 담당했다. 생각보다 힘들진 않앗다. 만두가 든 국이었는데 초반에 정량에 대한 감이 없어서 적게 담아 주었다. 앞쪽에 먹으러 온 훈련병들한테 미안하다.
  • 정량배식이라고 소리치면서 주의주는 역할을 담당하는 사람이 가장 힘들어 보였다. 무시하고 가는 사람들 때문에 기분도 상하고 마찰도 좀 있었나 보다. 아무쪼록 별 탈 없이 끝났으면 좋겠다.
  • 배식 끝나고 가장 마지막에 식사를 했다. 남은 음식을 양 제한없이 먹을 수 있는 것이 배식조의 장점이다. 그래봐야 나는 얼마 안 먹지만 다른 사람들은 만족해 하더라.
  • 배식은 큰 힘든 점이 없어서 다행이었다. 설거지는 엄청 빡세 보이더라. 내일이 걱정된다.
  • 오전 배식 끝나고 나니까 세면시간은 전혀 가질 시간이 없었고, 바로 부상자 처치 방법 교육을 들었다.
  • 오전 교육은 부상자 처치(운반) 방법과 심페소생술 하는 법을 배웠다. 비가 와서 실내 교장에서 교육을 진행했다. 실내라 좀 더웠던 것 말고는 힘든 것은 없었다.
  • 오전 교육 끝나자 마자 바로 다시 배식을 하러 이동했다. 배식조도 시간이 정말 빡빡한데 이틀만 해서 다행이다.
  • 오후 교육은 수류탄 투척 실습이었다. 비오는 와중에 판초우의 쓰고 수류탄 훈련장으로 이동하니 몸이 많이 지쳤다. 춥기도 하고, 바닥 상태도 별로 안 좋아서 진흙에 몸이 더러워졌다. 그 와중에 씻지도 못하고 바로 배식조로 투입되어서 더욱 피로가 가중되는 것 같다.
  • 수류탄 훈련 이야기는 크게 할 것이 없다. 소대별로 대기하다가 인당 4회씩 연습용 수류탄을 던져보고 끝이다. 던지는 것 자체는 어려울 것이 없지만, 잘 던지기는 생각보다 어렵더라. 나는 4번 중 마지막 두번만 제대로 던지고 첫 두번은 전방 그물도 넘기지 못했다. 그래도 합격 했으니 됐다.
  • 내일이 훈련소 모든 날 중 가장 힘든 날이 될 것 같다. 불침번 - 설거지 - 각개 - 3km 달리기 체력검정 - 설거지 로 빡센 일들만 내일 다 모여 있다. 설상가상으로 비까지 계속 올 것 같다. 그나마 비가 와서 각개를 좀 대충 하고 넘어갈 것 같다는 희망적인 시나리오는 있다. 어찌됐든 내일 하루가 무사히 지나가길.
  • 저녁에 강렬한 사건이 있었다.
    • 점심 배식 때 12생활관 사람들과 정량배식 주의주는 사람들 사이에 약간의 마찰이 있었다.
    • 식사 끝날 때 쯤 12생활관 분대장 훈련병이 와서 배식조가 어느 생활관인지를 물어보았다. 이 사실을 18번 훈련병이 배식담당인 xㅎㅈ 분대장에게 이야기했다.
    • 분대장이 직접인지, 다른 분대장한테 말해서인지는 모르겠는데 여튼 12생활관 사람들이 좀 혼났나 보다.
    • 이에 12생활관 분대장 훈련병이 우리 분대장 훈련병에게 따로 이야기하고 싶다고 요청해 왔다. 여기까지가 대략 저녁식사 마무리 시간.
    • 분위기가 안 좋은게 우리 생활관 내에서 느껴질 정도였다.
    • 저녁배식에 샤워까지 겨우 끝내고 생활관에서 쉬고 있는데 12생활관 분대장 훈련병이 179번(맞나?) 를 데리고 찾아왔다. 179번은 정신병이 좀 있어 보인다. 성인 ADHD나 자폐증 같이 보였다. 우리 생활관 안에서 계속 춤추고 이상한 짓들을 하는데 너무 꼴보기 싫었다.
    • 분대장 훈련병들끼리 이야기하고, 우리 생활관 다른 사람들도 나서서 중재를 적당히 했다. 분위기가 험악해질 만 했으나 다행히 잘 넘어갔다. 179번만 인상이 크게 남았다. 처음에는 위협하려고 일부러 그러는 줄 알았는데 보다보니 그냥 정신이 좀 이상한 사람 같았다.
    • 그래도 뭐 큰 문제없이 지나가는듯 했으나…
    • 30분쯤 뒤에 둘이 다시 찾아와서 화해의 의미로 부식으로 나옴 과자 한박스를 들고 왔다. 우리가 받지는 않았다. 문제의 179번이 또 지랄하려고 했는데 다행히 금방 나갔다.
    • 내가 표현력이 부족해서 전달이 안 될텐데, 여튼 179번같은 사람과 같은 생활관이 아니라서 정말 다행히다. 우리 생활관 사람들 모두 화내려던 것을 겨우 참았다.
    • 나중에 들었는데, 우리 생활관 20번 훈련병이 몸이 안 좋아서 이동을 느리게 하는 제대로 편성되어 훈련장까지 이동했는데, 거기서 하도 떠들어서 소대장님도 포기한 사람이 저 179번 이라고 한다. 저쪽은 생활관 분위기 자체가 대부분 열외나 차등제를 하는 쪽으로 잡힌 것 같다.
    • 제발 별일없이 무사히 수료했으면 좋겠다. 앞으로 엮일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 실제로 비를 맞으니 판초우의 냄새가 역하다는 것이 뭔지 알 것 같다. 샤워까지 다 하고 자기 직전인 지금까지도 몸에서 쉰내가 나는 것 같다. 생활관에서 전체적으로 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냥 비가 안 오는게 제일 좋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