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연구요원 훈련소 후기 - 16일차 (2월 9일, 금요일)

논산 육군훈련소에서의 3주간 쓴 일기를 타이핑한 것. 2024.01.25 ~ 2024.02.15 3주간 26연대 1교육대대 1중대 2생활관에서 보충역 과정을 수료.

원본을 최대한 유지한 채로, 적당히 가독성만 좋게 정리함.

  • 오랜만에 아침점호때 뜀걸음을 뒤었다. 분대장 훈련병이 열외해서 내가 구령을 넣어봤다. 그래서 평소보다 힘들었다.

  • 아침점호 끝나고 바로 밥을 먹으러 갔다. 오랜만에 빵이 나왔다. 핫도그를 만들어 먹었는데 (이전까지는 빵, 소시지 등을 따로 먹었다. 만들기 귀찮아서.) 맛이 좋았다. 국 대신 나온 시리얼까지 싹 비웠다.

  • 푹 자고 일어나니 나 포함 다들 근육통에 시달렸다. 온몸에 근육통이 있고, 나는 손이 부르튼 것이 특히 아팠다.

  • 20, 24, 25번 훈련병은 오전에 각개전투 보충교육을 들으러 갔다. 나중에 20번에게 들은 이야기인데, 2중대 훈련병과 4중대 훈련병이 싸웠다고 한다. 문제가 좀 커졌는지 나중에 주의하라고 방송까지 나왔다.

  • 하루종일 잠만 잔 것 같다. 몸 컨디션이 별로라 하루종일 텐션이 안 오르더라. 육체적으로 피로하니 정신적으로도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 오전에는 침대를 들어내는 대청소를 했다. 2층침대를 한두칸씩 밀어내고 밑에 쌓여있는 큰 먼지들과 쓰레기들을 치웠다. 나는 뭐 거의 구경만 했고 아직 체력이 좀 남은 사람들이 열심히 해 주었다.

  • 오전에 핸드폰을 한 시간 사용했다. 오늘은 침대에서도 전화가 잘 터졌다. 엄마, 대영이형, 병현이형, 경제형, 그리고 할머니와 통화했다. 남은 시간에는 밀린 웹툰 좀 보다가 끝났다. 시간이 애매하게 남아서 유튜브 보기에는 좀 모자라다.

  • 점심식사는 주먹밥과 우동, 저녁에는 수육과 쌈채소가 나왔다. 오늘 식사는 설이라 그런지 정말 잘 나왔다. 몸 컨디션도 회복할 겸 평소보다 넉넉하게 먹었고, 그래도 과자는 먹지 않았다. 여하튼 음식이 잘 나와서 기분이 좀 좋아졌다.

  • 오전에 샤워시간이 있었지만, 어제 저녁에 씻은 지 얼마 안 되기도 했고 너무 졸려서 그냥 침대에 누워서 잤다.

  • 오후에는 의류관물대를 들어내서 그 뒤를 청소했다. 이번에도 역시 힘 좋은 사람들이 고생해 주었다. 나는 할 것이 딱히 없어서 쓰레기 배출 정도만 다녀왔다.

  • TV 시청이 길게 가능해서 영화를 두 편 봤다. 인기있거나 딱 봐도 재미있을 것 같은 영화들은 모두 유료라 볼 수 없었다. 그나마 괜찮아 보이는 ‘바람’ 과 ‘공작’ 을 봤다. 바람은 보는둥 마는둥 하면서 거의 자기만 한 것 같다. 공작은 처음부터 끝까지 쭉 봤는데, 초반에는 빌드업이 지루하다가 후반 가니까 재미있었다. 영화 보니까 나름 시간이 잘 갔다.

  • 책도 좀 읽고, 가져온 논문도 읽어야 하는데 아직 하나도 안 읽었다. 오늘은 청소 때문에 인터럽트가 자주 걸려서 그랬다고 치고, 내일부터는 정말로 좀 읽어야겠다. 연휴가 생각보다 정말 길게 느껴진다.

  • 수료가 다가오면 다가올수록 분대장(기간병)들과 현역병 훈련병들이 불쌍해진다. 우리는 벌써 5일밖에 안 남았다.

  • 일기를 쓰는 지금 시점에 내 생일이 되었다. 설, 생일, 훈련소가 겹쳐서 오래 기억나는 생일이 될 것 같다. 이제 만으로 27살이다. 20대 후반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것이다. 인생의 방향성은 나름대로 잘 잡았다고 생각한다. 이제 하루하루 즐겁게 열심히 나아가기만 하면 될 것 같다.

  • 하루종일 쉬니까 컨디션이 많이 회복되었다. 아직도 쉴 날이 3일이나 남아서 좋기도 하고, 3일동안 뭐하고 지내지 싶기도 하다. 어찌됐든 훈련이 빡빡하게 있는 것보다야 좋다.

  • 소대장님 말로는 행군이 화생방 훈련장 이동보다 쉽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 보충역들은 잘 포장된 영내만 돌고, 주기적으로 휴식까지 취하기 때문에 크게 걱정되지 않는다. 설 연휴 때 몸 컨디션만 잘 올려놓으면 될 것 같다.

  • 내일 아침점호는 전투복이라는데 왜인지 모르겠다. 뜀걸음은 안 한다고 한다.

  • 슬슬 사회로 돌아가면 뭐부터 할지 생각중이다. 치과랑 피부과부터 빠르게 가고, 게임은 팰월드부터 하고 싶다. 가장 하고 싶은 것은 배달음식 시켜서 맥주에 롤체 유튜브 보는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니까 시간이 더 느리게 가는 것 같긴 한다. 그래도 충분히 빠르긴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