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연구요원 훈련소 후기 - 3일차 (1월 27일, 토요일)
논산 육군훈련소에서의 3주간 쓴 일기를 타이핑한 것. 2024.01.25 ~ 2024.02.15 3주간 26연대 1교육대대 1중대 2생활관에서 보충역 과정을 수료.
원본을 최대한 유지한 채로, 적당히 가독성만 좋게 정리함.
- 생활복으로 아침점호를 했다. 어제 아침점호 때 다리가 너무 추워서 가져온 히트텍을 하의만 입고 나갔다. 그러니까 이젠 상체가 춥더라. 내일은 상하의 둘다 입어야겠다… 바본듯…
- 어제처럼 적당히 간격맞추고 도수체조 등을 하고 뜀걸음을 했다. 대략 6~7km/h 속도로 500m 정도 뛴 것 같다. 가볍게 운동하니 춥지도 않고 좋았다.
- 세면할 시간이 많이 부족한게 문제다.
- 아침에는 소시지, 시리얼 (첵스초코인것 같다), 우유, 콜라가 나왔다. 콜라는 마시긴 했는데 시리얼은 다 먹으면 너무 살찔 것 같아서 좀 남겼다.
- 저녁은 지난 이틀간 나온 것보다 너무 잘 나왔다. 튀김우동 컵라면, 양상추 샐러드, 스테이크 볶음이 나왔다. 평소 식단에 채소가 많이 부족한 것 같아서 양상추를 많이 먹었다.
- 점심식사는 기억이 잘 안 난다. 몇시간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까먹었다.
- 나뿐만 아니라 많이들 배변활동이 잘 안 되는듯. 나는 다행히 8시쯤에 적당히 해결함.
- 오전에는 맨손제식, 오후에는 총기제식 교육을 했다. 전투복을 입고 하는 첫 교육이었다.
- 썬크림을 잘 바르고 나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늘이 전혀 없이 서 있어서 직사광선을 바로 맞을 수 밖에 없었다.
- 전투복 자체는 은근 편하다. 스키복 입는 느낌이랑 거의 같다. 다만 너무 껴입어서 더울 때가 많다. 전투복 - 내피 - 외피 전부 입으니 상당히 두껍다.
- 베레모가 너무 작아서 쪽팔림. 열심히 앞쪽으로 내려서 커버하려고 해도 한계가 있다. 조금 불편하고 마는건데 뭐 어때 라는 마인드로 그냥 있는 중…
- 맨손제식은 생각보다 어려웠다. 나는 팔꿈치 안 굽히면서 걷는게 빡세더라.
- 오전 맨손제식 교육중에 햇살이 따뜻해서 덥기도 하고 졸리기도 했다.
- 40~50분 교육에 10분씩 칼같이 휴식시간을 주더라. 휴식시간을 정해놓고 챙겨가면서 뭔가 해본 적이 오랜만이라 어색했다.
- 오후 총기제식 훈련에는 전투복에 전투조끼, 방탄모, 총기까지 들고 나갔다. 이게 단독군장이다. 몸이 많이 무거워지고 둔해지는 느낌인데 어차피 빠르게 움직일 일은 없으니 상관없었다.
- 총기제식도 생각보다 꽤 어려웠다. 총이 무겁기도 하고 보여주는 동작을 정확하게 맞추기가 빡셌다.
- 총기제식 교육때도 햇살이 따뜻해서 (더워서) 거의 졸았다.
- 적당히 교육하다가 총기수여식을 하러 연병장으로 이동했다. 중대장 훈련병이 따로 연습해서 수여식을 진행하던데 부담스럽고 힘들어 보였다. 한 중대 (160명 정도?) 전체를 지휘해야 해서 떨릴 것 같았다.
- 중대장은 대위인데 나이가 많지는 않아 보였다. 내 또래 정도인것 같았다.
- 2, 3소대에 비해 우리 1소대 조교들이 덜 빡세게 잡는 것 같다. 가끔 다른 소대 조교들이 하는 것 보면 무서움.
- 총기수여식이 끝나고는 보안교육을 받으러 이동했다. 강당에서 교육대장님이 진행했는데, 프로젝터가 고장나서 일부만 진행하고 나머지는 나중으로 미룬다고 했다. 편한 의자에 앉으니 잠이 잘 와서 많이들 조는 것 같았다. 나도 졸렸다.
- 보안교육 내용에 따르면 이 일기도 이렇게 자세히 적으면 안 되는 것 같긴 하다. 그래도 일단 쓸 생각이다.
- 보안교육 끝나고 돌아오는 길에는 소대장 훈련병이 인솔했는데, 상당히 힘들어 보였다. 목이 거의 쉬기 직전이더라. 그래도 나중에는 “번호붙여 가” 를 잘 쓰는 요령이 생기는것 같더라.
- 저녁식사 끝나고 샤워를 하는데 오늘은 막사 내 세면장에서 샤워를 했다. 제대로 못 씻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실제로는 꽤 편했다. 일단 건물 밖으로 이동을 안 해도 돼서 좋다.
- 슬슬 빨래할 것들이 많이 쌓여간다. 내일은 훈련이 없는 김에 몰아서 싹 해야 할 것 같다. 지금까지는 바빠서 빨래 돌릴 틈이 없었다.
- 화장실 청소를 했다. 다들 뭐 화장실 청소를 어떻게 하는지 알리가 있나… 특히 이런 큰 공용화장실은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안 잡히더라. 일단 물 뿌리는 호스가 고장나 있어서 잠글 수가 없었다. 이리저리 허둥대다가 결국 물 조금 뿌리고 세제 조금 뿌리고 하다가 시간이 다 갔다.
- 호스를 수습해야 하는데 혼자서 잠글 수가 없어서 대충 걸어놓고 생활관으로 복귀했다. 나중에 가서 분대장님한테 말하니 좀 빡치더니 (나한테 빡친건 아님) 그냥 돌아가라고 했다. 어떻게 될까?
- 보급관님이 베레모를 바꾸고 싶으면 포장비닐이랑 각 잡는 종이까지 다 제대로 되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안해줄것 같지만 그래도 조금의 가능성이라도 잡아봐야 하니까 생활관 분리수거 쓰레기통 (종이/플라스틱이라 더럽진 않아서 다행..) 에서 56사이즈 포장지와 각 잡는 종이를 있는대로 구했다.
- 베레모를 다시 포장하려고 보니 베레모가 사라졌다; 좀 찾아봐도 안 나왔는데 정말 눈앞이 캄캄해지는게 이런 거구나 싶었다. 한참 찾다보다 결국 옆 훈련병 (28번) 의류관물대에서 찾아냈다. 아마 내가 정신없이 정리하는 와중에 옆 칸에 잘못 넣은듯. 안도의 한숨이 절로 나오더라.
- 베레모 포장비닐이랑 해서 잘 조립해두긴 했다. 교환이 되길 바래야지 뭐..
- 화장실 청소는 어떻게 될까? 다음 담당 생활관에서 잘 해주지 않을까? 남에게 떠넘기는 것 같아서 마음이 편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난 그 순간에 최선을 다하긴 했다.
- 이 문장을 쓰는 시점이 11시 30분경. 화장실을 잠깐 다녀오다가 호스 터진걸 보러 온 조교님들을 마주쳤다. 일단 모른 척 하면서 들었는데, 고치지는 못하고 다른 방식으로 청소하라고 안내하라고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 근데 다른 방법이 없을텐데? 조교님들이 정말 고생이 많은 것 같다..
- 전반적으로 몸은 힘들지만 시간은 빨리 간 하루였다. 벌써 3일이 지났다. 입소할때 기억이 바로 직전 같은데, 이런걸 보면 사람은 어떻게든 잘 적응하는 것 같다.
- 방금 불침번 훈련병이 들어와서 온습도를 체크하고 나가며 얼른 자라고 주의를 줬다. 아마 안 자는 사람 있으면 재우라고 지시받았나 보다.
- 같은 생활관 훈련병의 친구가 3중대 조교라고 한다. 우리가 아무리 못하거나 해도 절대 터치 못한다고 들었단다. 조금 마음이 편해졌다.
- 19~20시에 핸드폰을 사용했다. 처음 20분간은 인터넷이랑 전화 신호가 전혀 안 잡혀서 아무것도 못 했다. 나중에 복도로 나가 보니까 잘 되더라. 엄마랑 통화하고, 상수, 재웅이형, 용우형이랑 통화했다. 생각보다 시간이 모자라진 않았다. 유튜브나 게임같은것도 딱히 땡기지가 않았다.
- 우여곡절이 좀 있긴 했지만 아직도 크게 힘들지는 않다. 금단증상 이런것도 딱히 없다. 아직까지는 살만 한듯. 내일은 진짜 주말이라 좀 여유롭지 않을까?
(11시 40분, 오늘은 여기서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