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연구요원 훈련소 후기 - 14일차 (2월 7일, 수요일)

논산 육군훈련소에서의 3주간 쓴 일기를 타이핑한 것. 2024.01.25 ~ 2024.02.15 3주간 26연대 1교육대대 1중대 2생활관에서 보충역 과정을 수료.

원본을 최대한 유지한 채로, 적당히 가독성만 좋게 정리함.

  • 오늘 아침점호는 연병장에서 약식으로 진행했다. 뜀걸음과 도수체조를 생략하고 생활관도 안 거치고 바로 식사를 하러 이동했다. 배식조가 준비가 덜 되어서 식당 내에서 조금 기다리긴 했지만 평소보다는 훨씬 이른 시간에 아침식사를 완료했다.

  • 어제 엄청나게 힘든 하루를 보내고 나니 온몸에 근육통이 생겼다.
  • 적당히 공격군장을 메고 각개전투 훈련장으로 이동했다. 오늘은 비가 안 와서 편하긴 했는데 몸이 지친 것이 확실히 느껴졌다.
  • 각개전투 훈련장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장애물 극복 훈련을 진행했다. 10개 정도 장애물을 약진-포복을 반복해서 지나가면 된다. 생각보다 약한 강도로 진행되었다. 철조망은 애초에 우회해서 통과했고, 나머지 장애물도 적당히 달리고 포복하는 시늉만 하면 되었다. 너무 쉽게 끝나서 좀 섭섭했다.
  • 장애물 극복을 끝내고 나서는 어제처럼 트래킹(?) 하면서 돌발상황에 대처하는 훈련을 했다. 적당히 걸어가다가 중간중간 분대장을 만나면 지시에 따라 행동하기만 하면 된다. 장애물 극복을 하면서 땀이 난 것이 식으면서 많이 추워졌다.
  • 장애물 극복 훈련 2회차를 하러 대기하는 데 사람이 많아서 오래 기다렸다. 이 시간이 너무 추웠다.
  • 두 번째부터는 앰프로 총소리+전쟁소리를 크게 틀어줘서 박진감 넘치고 재미있었다.
  • 두 사이클이 끝나고 실내로 들어가 대기하다가 점심을 먹었다. 실내가 따뜻해서 나 포함 많은 인원이 졸았다. 점심식사는 맛있게 잘 나왔다. 새우교자만두, 오징어젓갈, 곰탕, 순대가 나와서 야외식사임에도 아주 맛있게 먹었다. 펩시도 355ml 짜리 캔으로 인당 하나씩 줬다. 제로는 아니지만 힘들어서 그냥 마셨다.
  • 오후 교육은 경계근무를 서는 법에 관한 것이었다. 분대장들 시범을 30~40분 정도 보기만 하고 사실상 우리가 한 것은 없었다. 할 것이 없어서 조기에 막사로 복귀했다.
  • 걱정했던 각개전투 훈련이 너무 쉽고 허무하게 끝나 버렸다. 아쉬울 정도로 시키는 것이 없어서 나는 옷도 별로 안 더러워졌다. 아무튼 말이 아쉽다는 것이지 큰 훈련 하나가 무난히 지나가서 좋긴 좋다.
  • 막사로 돌아와서 빠르게 환복을 하고 근력 체력검정을 했다. 나는 무난하게 팔굽혀펴기와 윗몸일으키기 모두 5급 커트라인보다 살짝 위로만 맞췄다. 근력의 경우는 저번 측정 때보다 아주 조금 나아진 수준인 것 같다. 그래도 (보충역 기준) 합격 수준은 나오고, 저번보다 조금이라도 많이 하기는 해서 다행이다.
  • 2차 체력검정은 3km 달리기 3급, 나머지 근력운동 각각 5급을 받아서 최종 5급을 받았다. 달리기가 생각보다 잘 나왔고, 최종으로도 합격해서 기분이 좋다. 훈련소에서 최소한 하나는 얻어가는 것 같다.
  • 저녁식사는 탄두리치킨과 해시브라운이라는 파격적인 메뉴가 나왔다. 치킨은 다 굳고 해시브라운은 으깨지고 눅눅했지만 그래도 맛있었다.
  • 오늘은 식사가 맛있어서 많이 먹은 만큼 과자는 하나도 먹지 않았다. 어제만 예외로 치고 앞으로는 다시 부식을 절대 안 먹을 다짐을 했다.
  • 17, 19번 훈련병이 군의관 사건에 대한 진술서를 쓰러 갔다. 일이 점점 커지는 것 같다.
  • 내일 화생방 훈련은 완전군장으로 간다. 완전군장을 준비하고 한번 들어 보았는데 생각보다는 들만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소대장님이 지시해서 야전삽 등 무거운 물품을 많이 제외해서 최종 무게는 10kg 내외라고 한다. 정식 완전군장의 절반 정도 무게이다. 힘들기야 하겠지만 이정도면 할만하겠거니 생각이 들었다.
  • 완전군장을 싸느라 시간이 지체되어서 이후 정신없어 화장실 청소를 진행했다. 다들 훈련 나가서 진흙 묻히고 온 것이 많아서 평소보다 훨씬 지저분했다. 그래도 시간이 별로 없었던 것을 감안해서 청소 검사는 무난하게 통과했다.
  • 각개전투가 별것 없이 끝나서 다행이고 기분좋은 하루였다. 이제 진짜 끝이 보인다. 내일 완전군장으로 가는 화생방 훈련만 잘 끝내고 연휴 4일동안 푹 쉬면 될 것 같다. 완전군장도 많이 가볍게 한 상태이니 어떻게든 버텨낼만 하지 않을까 싶다.
  • 불침번 중에 쓰는 일기인데 너무 졸리다.
  • 자기 전 22:00~23:00 정도에 25번 훈련병 진로상담을 좀 해 주었다. 28번이랑 같이 각자 이야기를 좀 들려줬고 18번 훈련병도 재미있게 듣더라. 25번 훈련병은 수학을 좀 잘해서 IMO 국대 상비군까지 갔다고 한다. 결국 나가지는 못했는데 사실인지 좀 의심스럽긴 했다. IMO 나갈 급 사람이 지금 경희대에 있는 것이 좀 이상하긴 한데… 뭐 사연이 있겠지…
  • 어제 오늘 작업하고 훈련하는 과정에서 소리를 많이 질러서 목이 제법 아프다. 감기인지는 잘 모르겠다. 왜 용각산 들고 가라는 건지 알것 같다.
  • 부식이 과자류는 별로 안 남고, 음료수는 정말 많이 남아 쌓이고 있다.
  • 저녁에 완전군장 준비할 때만 정신없고 나머지는 정말 무난한 하루였다. 하루만 더 잘 버텨보다. 거의 끝났다.
  • 아래 왼쪽 송곳니 교정장치가 부러졌다. 다행히 기능상의 문제는 없어 보이고 고무줄도 아슬아슬하게 걸리기는 한다. 이클립스를 씹어 먹다가 이렇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