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연구요원 훈련소 후기 - 15일차 (2월 8일, 목요일)

논산 육군훈련소에서의 3주간 쓴 일기를 타이핑한 것. 2024.01.25 ~ 2024.02.15 3주간 26연대 1교육대대 1중대 2생활관에서 보충역 과정을 수료.

원본을 최대한 유지한 채로, 적당히 가독성만 좋게 정리함.

  • 약식 아침점호를 진행했다. 크게 쓸 말은 없다. 날이 많이 추워졌다 정도?
  • 어제처럼 정신없이 아침식사 - 출동준비를 했다. 세면하고 짧은 개인정비 시간이 있었다.
  • 완전군장을 메고 첫 훈련이다. 가장 먼 화생방 훈련장까지 완전군장으로 이동했다. 무게는 그럭저럭 괜찮은데 어께가 짓눌리는 것이 너무 아팠다. 총 한시간정도 걸어 갔다. 나중에 알았는데 전투조끼가 완전히 꼬여 있어서 하중 배분이 전혀 안 되고 있었던 것이었다.
  • 완전군장을 내려놓고 오전 교육을 받았다. 화생방 공격 시 행동강령과 방독변 착용 방법을 실습했다. 교육 내용은 하나도 기억이 안나고 엄청나게 추웠다는 것만 기억난다. 심지어 햇볕도 안 드는 차양막 아래에 세워놓고 교육을 진행해서 너무너무 추웠다. 핫팩을 3개나 썼는데도 추위를 견디기가 힘들었다.
  • 방독면을 대략 9초 이내에 착용해야 하는데 연습을 여러번 해도 15초 정도가 나왔다. 실제 평가할 때는 보충역이라 그런지 널널하게 20초 정도를 주어서 모두 무난하게 통과했다.
  • 오전 교육 내용은 정말 별것 없었고, 추운 것만 문제였다.
  • 점심식사는 교육장 건물에서 야외 식사를 했다. 마지막 야외 식사인데, 나는 야외 식사가 은근 재미있고 식사 맛도 나쁘지 않았다. 메뉴는 그리 맛있는 편은 아니었지만 따뜻한 음식과 국물을 마시니 따뜻해서 좀 살 것 같았다.
  • 식사시간은 1시경에 끝났다. 식사 후 대기하는 동안은 햇볕을 쬐고 있어서 그나마 살만 했다.
  • 오후에 화생방 실습 전까지는 핵 공격 시 행동요령을 배우고 실습했다. 이때도 너무 추웠다. 이 날 교육 내내 추위가 가장 힘들었다. 교육 내용은 크게 흥미롭거나 어려운 것은 없었다.
  • 오후 2시 30분 경 화생방 실습을 했다. 방독면을 착용한 채로 CS탄이 터진 가스실에 들어가 정화통을 한번 해제하고 다시 결합하면 되는 것이었다. 어려운 것은 없었고 내 방독면은 다행히 정상이라 가스가 거의 들어오지 않았다. 정화통을 교체하는 순간에 가스가 아주 살짝 들어와서 어떤 느낌인지 맛은 볼 수 있었다. 후추가루 느낌이랑 비슷했다. 평소에 와사비랑 후추같은것 다 좋아해서 그런지 이정도 가지고는 딱히 고통스럽지는 않았다.
  • 17번 훈련병은 방독면이 머리에 잘 안 맞아서 가스실에 들어가기 전부터 가스를 마시고 있더라. 고생 좀 한 것 같다.
  • 화생방 실습이 끝나고 한참 대기하다 막사로 복귀했다.
  • 몸이 많이 지친 상태에서 완전군장을 메고 복귀하니 체력적으로 한계가 왔다. 28번 훈련병과 수다떨면서 돌아와서 시간 자체는 그렇게 길게 느껴지지는 않았는데, 어께와 발바닥이 너무 아팠다. 버틴다는 표현이 적절한 것 같다. 현역들은 훨씬 더 무거운 완전군장을 메고 훈련 내용도 더 높은 강도로 하던데 너무 힘들 것 같다.
  • 완전히 지친 상태로 생활관에 복귀하고 나니, 험난한 일주일간의 훈련이 다 끝났다는 생각에 긴장이 확 풀렸다. 가장 먼저 빨래부터 돌리고 세면을 했다. 세면을 하면서 손이랑 얼굴에 남은 CS탄 입자가 있었는지 눈이 따가워지더라.
  • 저녁식사로 닭꼬치와 비요뜨 등 파격적인 메뉴가 또 나와서 아주 맛있게 먹었다. 부식으로 나온 칙촉 한박스는 바로 18번에게 주었다. 남은 기간동안 절대 과자는 안 먹어야겠다.
  • 생활관 인원들이 보충 체력단련을 나간 동안에 완전군장 뒷정리를 했다. 보충 체력단련 대상이 아닌 17, 18, 19, 26, 28, 30번이 같이 했다.
  • 전투화, 전투조끼, 탄알집 등에서 흙먼지를 털어내는 작업을 좀 하고, 생활관 대청소를 한 뒤 저녁점호를 실시했다. 대청소는 20번이 거의 혼자 다 했다. 생활력이 정말 강한 것 같다.
  • 가장 힘든 일주일이 끝났다. 이제 진짜 끝이 보인다. 수료가 다가왔다는 실감이 난다.
  • 연휴때 오히려 시간이 안 갈 것 같다. 그래도 여유시간이 많고 몸이 편하니 가져온 책과 논문을 좀 읽어야겠다. 시간이 나면 하고싶었던 음악 공부도 많이 해야겠다.
  • 생활관이 인원들이 다 좋은 사람들이라 이번 한 주를 잘 견뎌낸 것 같다. 육체적으로는 피로해도, 나름 즐거웠던 한 주였다.
  • 온몸에 근육통이 있다. 내일 일어나기 정말 힘들 것 같다. 이정도 상태에서 과식만 안 하면 살 빼고 나갈 수 있겠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
  • 이불 속에 핫팩 하나 넣어놓고 자면 전기장판같이 따뜻해서 좋다.